왜 이태원 클럽은 다 ‘테크노 클럽’으로 불릴까

하우스를 틀어도, 트랜스를 틀어도, 한국에선 일단 “테크노 클럽 간다”고 말한다. 정작 디제이는 테크노를 안 틀었는데도. 우리는 왜 죄다 테크노라고 부르게 됐을까.
1999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정현이 ‘와’를 들고 나왔다. 부채를 들고, 새끼손가락에 마이크를 끼고. ‘테크노 여전사’라는 별명과 함께 테크노를 외쳤다. 그런데 이 곡들은 장르로 따지면 테크노보다 유로댄스나 트랜스에 가까웠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테크노’ 곡 중 하나인 666의 ‘Amokk’조차 사실은 테크노가 아니라 하드 하우스, 유로 하우스 계열이었다. 그 시절 한국에서 테크노는 장르 이름이 아니라, 빠르고 미래적인 전자 댄스음악 전체를 부르는 말이었던 거다.
물론 진짜 테크노를 틀던 클럽들도 있었다.
상수도, 발전소, M.I. 같은 초창기 홍대 클럽들은 그 시절 한국 클럽문화가 만들어지던 곳으로 자주 언급된다. 다만 대중에게 ‘테크노’는 하나의 장르가 아니라, ‘클럽에서 추는 음악’ 따위로 각인되었다. 테크노는 1980년대 디트로이트에서 시작해 베를린을 거쳐 자란, 멜로디는 거의 없고 묵직한 베이스와 기계적인 반복으로 밀어붙이는 하나의 장르인데도 말이다.


1990년대 중반에 생겨나 홍대 앞 클럽 문화를 이끌었던 테크노 클럽 M.I. 사진 클럽문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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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0년대 들어 클럽 전자음악을 부르는 말은 ‘테크노’에서 ‘EDM’으로 갈아탔다. 울트라 코리아가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고, 옥타곤 같은 대형 클럽이 있던 시절. 빅룸이든 일렉트로 하우스든, 페스티벌에서 터지는 건 죄다 EDM으로 묶였다. 그러다 최근 언더그라운드가 다시 커지면서, 또 한 번 테크노로 돌아온 듯하다. 따지고 보면 한국엔 시대마다 ‘클럽에서 트는 전자음악’을 부르는 단어가 하나씩 있었던 셈이다. 90년대의 테크노, 2010년대의 EDM, 그리고 다시 테크노…
서울의 클럽 씬은 한결 다양해졌다.
지금은 클럽마다 나름 색이 뚜렷하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오래 자리를 지켜온 테크노 클럽들이 그렇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흔히 ‘테크노 클럽’으로 불리는 곳 중엔, 정작 테크노를 거의 틀지 않는 데도 많다. (물론 디제이 따라, 그날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곳은 바이닐로 일렉트로나 미니멀을, 어떤 곳은 디스코와 발레아릭을, 어떤 곳은 하우스를 튼다. 그리고 이태원에서 테크노 클럽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그곳마저, 굳이 따지면 테크노 이외에도 다양한 범위의 음악을 트는 곳이다. 장르로 보면 분명히 다른 음악인데, 우리는 이 모두를 ‘테크노 클럽’이라는 한 단어로 부른다.
오용되는 단어가 테크노만은 아니다. ‘레이브’도 그렇다.
다만 테크노만큼 넓게, 또 끈질기게 잘못 쓰이는 말도 드물다. 여기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클럽을 나누는 기준이 장르가 아니라 ‘클럽의 성격’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 클럽은 크게 보면 힙합 클럽, EDM 클럽, 테크노 클럽 정도로 나누는 것 같다. 그리고 ‘테크노 클럽’은 대개 헌팅이나 이성 간의 신체 접촉보다, 음악과 춤이 중심인, 이런 곳을 가리킨다. 그러니 트는 음악이 하우스든 일렉트로든 미니멀이든, 그 분위기를 가진 곳은 죄다 ‘테크노 클럽’으로 묶이는 거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테크노는 장르가 아니라, 클럽의 성격에 가까운 말이 된 것 아닐까.
그러니까 우리가 쓰는 ‘테크노 클럽’이란 말은 한국 전자음악이 처음 터지던 시절의 산물이다. 장르를 정확히 나누기 전에 다 같이 테크노라 부르며 춤추던 그 시절의 단어가, 지금까지 그대로 굳어 있는 셈이다.
다만 이제는 클럽마다 결이 분명히 다르니, 다음에 갈 곳이 어떤 음악을 트는지 한 번쯤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아, 이런 분위기가 이런 장르였구나’ 하고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테크노 클럽’이라는 한 단어 안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Text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