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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지 않는 시대, 클럽은 무엇으로 사는가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듯 보라와 주황, 노랑만으로 이뤄진 화면. 왼쪽을 향해 옆얼굴을 보인 사람 여럿이 겹쳐 서 있고, 앞쪽 카운터에는 스템이 긴 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그중 하나를 손이 감싸 쥐고 있다. 오른쪽 인물은 움직임에 번져 형체가 뭉개졌다.

클럽에 사람이 꽉 찼는데, 바는 한산하다. 사람들이 술을 끊은 걸까. 그건 아니다. 다들 여전히 마신다. 다만 클럽 안에서 안 마실 뿐이다.

요즘은 클럽 앞에서 병나발을 분다. 편의점에서, 길에서. 클럽 안에서 한 잔에 만 원 내고 마시느니, 밖에서 미리 싸게 마시고 들어오는 거다. 외국에선 이걸 ‘pre-drinking’이라 부르고, 클럽이 문 닫는 큰 이유 중 하나로 꼽는다. 손님은 들어와도 술을 안 시킨다. 아,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릴 때도 마시곤 한다.

근데 어떤 사람들은 술이 아니라 다른 걸 한다.

대표적인 게 케타민, K다. 뉴욕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이건 영국에서 많이 하는데, 실제로 지난 1년 새 케타민 사용이 85% 늘었다고 한다. 이게 드러난 것만 이렇지, 실제로는 이 수치보다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VICE는 아예 “케타민이 댄스플로어를 죽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확실히 부쩍 많아졌다.

“알코올 중독으로 오는 건 다 윗세대다. 케타민은 전부 Z세대다. 걔넨 술을 안 마신다.”

기사 캡처. 도시의 젊은 층이 이 흐름을 이끌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치솟는 술값과 코로나 이후의 사회 변화를 원인으로 본다는 내용, UK Addiction Treatment의 중독 전문가 Zaheen Ahmed가 지난 한 해에만 케타민 중독 치료를 받으러 온 사람이 35% 늘었다고 말한 부분, "알코올 중독 사례는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인데 케타민은 전부 Z세대다. 그들은 예전만큼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인용이 이어진다
본문 인용문의 원문

케타민은 해외에선 싸다. 클럽에서 마시는 술 몇 잔 마실 가격으로 ****** 니 그걸 택하는 거다. 편의점에서 미리 마시는 것도, 술 대신 다른 걸 택하는 것도, 다 “노는 게 비싸졌다”는 하나의 큰 흐름에서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주류 지출은 계속 줄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술에 쓰는 돈을 줄이고 있다.

기사 캡처 두 건. 「"요즘 애들 술 안마셔요"…올 1분기 주류 소비, 집계 이래 최대폭 감소」(2026-06-02)와 매일신문 「1분기 가구 주류 소비, 2019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 — 물가 반영 실질 지출 9% 줄어 '절주 트렌드' 확산, 10년간 출고량도 17% 감소…담배는 4개 분기 연속 증가」
2026년 6월 2일 기사. 1분기 가구 주류 소비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이게 왜 클럽한테 치명적인가.

클럽 매출은 입장료가 아니라 바에서 나온다. 입장료는 일종의 미끼다. 들어와서 한두 잔 시키게 만드는 게 진짜 비즈니스. 그래서 프리드링크를 같이 주던 것도 이런 맥락인 것이다. 들어와서 술을 계속 마셔야 돈이 도는 구조였으니까.

게스트 문화도 결국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다. 입장을 공짜로 돌려도, 들어와서 한두 잔 사면 메꿔지니까. 그런데 그 한두 잔이 사라지고 있는 거다. 메인 플로어에 사람이 꽉 차도 바에 사람이 없으면, 클럽은 돈을 못 번다.

실제로 해외의 NTIA 보고서에 따르면 18~30세의 61%가 작년보다 외출이 줄었고, 53%는 외출에 쓰는 돈 자체를 줄였다. 영국 매체들은 이걸 “젊은 세대가 나이트라이프에서 priced out 됐다”고 표현한다. 가격에 밀려났다는 뜻이다. 결과는 가혹하다. 코로나 이후 6년간 영국의 심야 업장은 28.9% 줄었고, NTIA는 이 속도라면 2029년 말 영국에서 클럽이 멸종할 거라며 경고했다.

NTIA 게시물 캡처. 「THE LAST NIGHT OUT」 포스터가 줄지어 붙은 거리 벽 앞을 지나는 두 사람 사진과, 영국 나이트라이프가 멸종 위기라는 성명 — 2020년 3월 이후 클럽 37%가 사라졌고 이 속도면 2029년 12월 31일이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는 내용
영국 NTIA의 'The Last Night Out' 캠페인. 코로나 이후 클럽 37%가 문을 닫았다

다만 모두가 priced out 되는 건 아니다.

같은 시기에 Awakenings, Time Warp 같은 대형 페스티벌은 더 자주 매진된다(물론, 내부 사정은 모르는 일이지만). 좋은 라인업이 걸린 클럽은 가격이 비싸도 사람이 찬다. 매주 클럽에 가지 않는 대신, 한 달에 한 번쯤 가는 자리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식. 이제 일상적 클러빙은 줄어들고, 시장은 점점 프리미엄 이벤트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대신 이렇게 매진이 되어도, 결국 술을 안 마시면 매출을 만들 수 없으니 결국 티켓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페스티벌이나, 클럽이나 술을 안 마시니 타격이 생기는 거다.

한국 테크노 클럽은 어떨까. 강남의 대형 클럽이 테이블 값과 바틀 가격으로 굴러가는 동안, 테크노 클럽 입장료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놀랍지만 10년 전에도 가격은 비슷했다). 레지던트 위주의 날이면 1~2만 원대, 해외 디제이 내한 오면 3~4만 원. 그럼 바가 비어있는 시대에, 이 낮은 가격으로 어떻게 버틸까. 몇몇은 공간 자체를 여러 용도로 굴린다. 낮엔 카페나 리스닝 바, 밤엔 클럽. 레코드를 함께 파는 곳도 있고. 그리고 이런 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모닝 레이브, 커피 레이브 같은 것들도 이와 비슷한 흐름에서 파생된 것들이 아닌가 싶다.

생각해보면 이건 단순히 돈 이야기가 아니다. 클럽이라는 공간이 어떤 곳이 되어가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한 세대가 술을 다르게 마신다는 건, 단지 행동의 변화가 아니라 그 위에 굴러가던 문화가 흔들린다는 의미다. 다음에 테크노 클럽에 갔는데 입장료가 여전히 낮다면, 잠깐 생각해봐도 좋겠다. 그건 누군가가 메꾸고 있는 거니까.

경제가 좋았던 적이 어디 있겠는가. 경제는 늘 안 좋고, 여름은 매년 올해가 제일 덥다고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 번씩 바에서 기분을 내며 이 문화에 슬쩍 기여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게스트로 방문한다면, 밖에서 마시지 말고 안에서 몇 잔 하며 그날을 즐겨보자. 그것도 프로모터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한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