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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있는 레이버들, 언제까지 클럽에 다닐 수 있을까

어깨까지 내려오는 곱슬머리에 짙은 아이라인과 긴 속눈썹, 코와 아랫입술의 피어싱, 목과 팔을 덮은 문신을 한 사람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한쪽 귀에는 길쭉한 링 귀걸이가 걸려 있고, 프린트가 들어간 헐렁한 반팔 상의 위에 산호 가지처럼 뻗은 큼직한 붉은 목걸이를 걸었다. 배경은 주황 한 색이고, 살결은 주황, 머리칼은 붉은색, 상의는 남보라로 몇 색만 남긴 강한 색보정이 걸려 있다.

클럽에 가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여기 있는 사람들 평균 나이가 몇일까. 그리고 나는 몇 년쯤 더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다들 한 번쯤 해봤을 거다. 나만 그런가. 사실 클럽에서 나이 지긋한 분들이 보이면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현실은 또 다른 것 같다.

자주 인용되는 2019년 베를린 클럽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클러버의 평균 나이는 30세 안팎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베억하인, 트레조어 같은 클럽엔 40대, 50대가 주말 새벽까지 플로어에 남아 있다.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이 도시의 클럽 문화가 헌팅이나 유행이 아니라 음악을 중심으로 굴러가서다. 음악이 좋으면 몇 살이든 그냥 계속 간다. 이는 단순한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 문화가 어떻게 지속되느냐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기사 캡처. "Demographics underscore this evolution. The average age of Berlin club-goers is now around 30 and climbing"이 형광펜으로 강조돼 있고, 팬데믹으로 한 세대가 플로어에서 성년기를 놓쳤다는 것, 18~21세는 전통적인 클럽 씬에 관심이 덜하고 Z세대는 야외 페스티벌과 낮 행사를 선호한다는 것, 보일러룸 라이브 스트림이나 틱톡 디제이로 음악을 접한다는 내용이 이어진다
본문 인용문의 원문, 아래는 번역

“베를린 클러버의 평균 나이는 이제 30세 안팎이고, 계속 오르는 중이다. 한편 이제 막 성인이 된 세대(18~21세)는 전통적인 클럽 씬에 이전 세대만큼 관심이 없다. Z세대는 어둡고 땀이 밴 지하보다 야외 페스티벌이나 낮에 열리는 문화 행사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음악도 보일러룸이나 틱톡 디제이 같은 디지털 채널을 통해 접하니,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파티’는 윗세대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영국은 다르다. ‘rave gap’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Vice의 설문에선 사람들이 31세부터 밖에 나가는 걸 줄이기 시작하고, 37세에 클럽에 가면 ‘비극적’이라고 여겨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이 든 레이버가 문 앞에서 가드한테 막히기도 하고, 50대 여성 디제이가 플로어에서 “엄마”라고 놀림받기도 한단다. 같은 씬에서도 나이는 누군가에겐 쿨함이지만, 누군가에겐 숨겨야 할 약점이 된다.

그럼 한국은.

한국은 ‘rave gap’보다 훨씬 직접적인 장치가 있다. 물관리다. 많은 클럽이 입구에서 나이와 외모, 드레스코드로 사람을 거른다. 30대부터는 클럽과 멀어진다는 인식도 있고. 여기서 나이는 클럽을 떠나는 시점이 아니라, 애초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것도 테크노나 하우스 쪽으로 오면 좀 달라진다. 헌팅이나 외모보다 음악이 중심인 클럽에선 나이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게 아니다. 테크노 클럽이나 이벤트에 가보면 적어도 연령대가 정말 넓은 걸 볼 수 있다.

다만 한국 언더그라운드 씬은 아직 어리다.

베를린처럼 40대, 50대가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모습이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애초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씬을 채우고 있는 이십 대, 삼십 대가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플로어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한국도 결국 어느 나이에서 사람들이 우수수 빠져나가버리는 건 아닐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건 지금 씬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정하는 거다.

한 가지는 짚고 가야겠다. 평균 연령이 올라간다는 건 사실 정반대 두 가지를 뜻할 수 있다. 하나는 나이 든 사람들이 안 떠나고 남는 경우. 씬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신호다. 다른 하나는 젊은 세대가 새로 안 들어오는 경우. 바닥이 안 채워져서 평균만 올라가는 거다.

베를린에서도 코로나를 거치며 한 세대가 플로어를 경험할 시기를 통째로 놓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젊은 세대가 술을 덜 마시고 예전보다 클럽에 덜 나간다는 것까지 겹치면, 평균 연령 상승이 마냥 좋은 신호는 아닐 거다. 같은 숫자가 어떤 씬에선 성숙함의 증거이고, 어떤 씬에선 노화의 징후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레이버는 나이 드는가. 당연히 나이는 든다. 다만 그게 플로어를 떠날 이유가 되는지는 도시마다, 씬마다 다르다. 언젠가 우리도 그 자리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될 거다. 그때 그 플로어에는 누가 남아 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이 문화도 누군가 먼저 만들어둔 것이다. 사람이 몇 없던 시절에도 계속 틀고, 계속 춤추고, 계속 문을 열어둔 사람들. 그들이 안 떠났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있다.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