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is the New hip! 츠미(tsumi) 인터뷰

늦은 저녁, 약수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츠미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음악에 대한 애정을 풀어놓았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서 출발해, 영향을 준 아티스트, 좋은 믹스셋에 대한 생각,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까지. 츠미가 음악 안에 담아두고 싶은 마음을 지금 함께 들어보자.

하우스, 퓨처 펑크, 애니메코어 등 다양한 믹스셋을 선보이는 츠미는, 2023년 7월 ‘신주쿠 하우스 디깅’ 믹스 영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유의 개성과 감각적인 선곡으로 사랑을 받으며, 지금도 자신만의 색을 담은 믹스셋을 꾸준히 선보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된 정보가 거의 없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츠미. 우리는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팔로워 분들께 츠미님에게 궁금한 점을 미리 받아봤는데요. 정말 많은 분들이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그중 하나를 먼저 소개하자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알고 계시는데, 평소 음악 디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어요.
각 잡고 디깅을 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듣는 음악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어느 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있잖아요. 이상하게 귀에 확 꽂히는 음악들이 있어요. 그런 곡이 들리면 무조건 샤잠을 해요. 샤잠에 안 잡히면 사장님께 직접 가서 “방금 나온 곡 어떤 건지 아시나요?” 하고 물어보는 스타일이에요. ‘신주쿠 하우스’ 믹스셋도 실제로 일본의 한 카페에서 들었던 음악이 모티브였어요. 그때 샤잠이 너무 시끄러워서 안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나가기 전에 사장님께 지금 나오는 음악이 뭔지 물어서 곡 정보를 얻었고, 거기서부터 믹스셋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제 경우엔 디깅이 알고리즘이나 추천 플레이리스트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진짜 예상치 못한 순간—예를 들면 지나가던 카페나 가게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 같은—그런 일상의 순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믹셋 속 곡들은 대부분 그런 오프라인 상황에서 건져 올린 음악들이에요.

평소 음악은 어떤 서비스로 주로 들으시나요?
음악은… 지금은 애플 뮤직을 쓰고 있어요. 사실 유튜브 뮤직은 잘 안 쓰고, 스포티파이도 안 써요. 애플 뮤직이 일본 음악 쪽 판권이 더 많이 들어와 있어서, 아예 계정을 일본 계정으로 바꿔서 듣는 편이에요. 그리고 사운드클라우드도 많이 써요. 계정을 용도별로 나눠서 쓰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운받는 전용 계정, 듣는 전용 계정, 업로드용 계정 이런 식이에요.
매번 믹스셋 무드와 딱 들어맞는 썸네일이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 이미지들은 어떻게 고르시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더라고요.
썸네일 이미지도 어떻게 보면 저만의 무드 컬렉팅 같은 거예요. 저는 음악이든, 영상이든, 이미지든, 마음에 들면 일단 무조건 핸드폰이나 컴퓨터에 저장해둬요. 음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하거나 다운로드해두고요. 그러면 그게 1년쯤 지나서도, 작업하다가 “아 이 곡이 여기 들어가면 좋겠다”는 식으로 갑자기 쓰이기도 해요. 실제로 믹스셋 하나 안에도 디깅한 시기가 전혀 다른 곡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요. 썸네일도 비슷해요. “이 이미지 괜찮다” 싶으면 몇 개씩 다운받아 두고, 믹스를 완성하고 나면 제가 직접 녹음한 걸 들으면서 저장해둔 이미지들을 하나씩 훑어봐요. 그리고 그중에서 이번 믹스 무드에 가장 어울리는 걸 고르는 식이에요.



01 / 03
츠미님의 믹스셋을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무드가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추천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을까요?
이제 이런 거 추천할 때는 좀… 남들이 안 봤을 거 추천해 주는 게 좋잖아요. (웃음) 그런 면에서 저는 ‘K’라는 애니메이션을 추천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내용 이런 걸 다 떠나서 음악이 정말 좋아요. 보다 보면 내용은 머리에 안 들어오고 “이 OST 뭐지?” 하면서 음악부터 검색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스토리에 대한 추천보다는, 음악과 작화를 감상하는 것에 있어서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이 작품은 전자음악이 배경음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그걸 들을 때마다 “이걸 가지고 믹싱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요. 근데 뭔가 마땅하게 나오는 게 없어서 안 하고 있는데, ‘K’의 음악을 써보는 건 항상 생각 중인 컨셉 중 하나에요.

그럼, 좋아하는 일본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진짜 많은데요, 요즘 좀 꽂혀 있는 사람 한 명을 꼽자면 토와 테이예요. 곡들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요즘 또 빠져 있는 분이 있는데, 하라구치 사스케라고 보컬로이드를 다루는 아티스트예요. 그분이 디제잉할 때 보면 단순히 보컬로이드 음악만 쓰는 게 아니라, 되게 폭넓게 전자음악 계열 트랙들을 많이 활용하시더라고요. 거기서 토와 테이 음악도 자주 써서 그걸 계기로 더 깊게 빠지게 된 것도 있어요. 또 첼미코(chelmico)라는 일본 여성 래퍼 듀오도 좋아해요. 두 분이 함께 랩을 하는데, 전반적인 곡 스타일이 너무 좋고, 듣다 보면 중독돼요. 요즘은 이렇게 빠진 것 같아요.



토와 테이(towa tei)
01 / 03
좋은 믹스셋이라는 건 결국 듣는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는가 아닐까 싶은데요, 츠미님에게 좋은 믹스셋이란 무엇일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곡이 좋아야 해요. 저는 믹스를 만드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정말 많이 듣는 편이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믹스도 자주 듣는데, 그중에서 진짜 좋다고 느끼는 건 손에 꼽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듣다가 중간에 갑자기 “어? 이건 좀 별론데..” 싶은 순간이 오면, 전체 흐름이 깨지면서 기분도 흐트러지거든요. 믹스라는 건 결국 흐름이 핵심인데, 한 곡만 어긋나도 전체가 흐릿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걸 피하려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자가 의도를 갖고 “이 노래는 이래서 들어간 거야”라는 타당성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저는 그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럼, 이제 츠미님이 자주 듣는 DJ 셋이 궁금해지네요.
저는 하우스를 주로 듣는 것 같아요. 애니메코어라든지 제가 애니메이션 쪽으로 하는 음악들은 믹스 자체도 좀 많이 적은 편이고, 분위기를 안 깨고 일관되게 흐름을 만드는 게 어려워서 제 취향에 맞는 걸 못 찾았어요. 사실 그래서 처음에 퓨처 펑크나 이쪽으로 시작한 것도 마음에 드는 믹스가 없어서 ‘그냥 내가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였거든요. 추천드리는 분으로는.. h4rdy님 아시나요? 한국 분이신데, UKG 쪽으로 엄청 디제잉을 많이 하시는 분이에요. h4rdy님이 소속해 계신 크루에서 만든 믹스들이 있는데, 정말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Deadbois라는 그룹에서 나온 “Casket Drops Vol. 2”. 저도 여기서 디깅 많이 했구요.


01 / 02
‘본인에게 영향을 준 Top 10 음악을 선정해 주세요’라는 질문이 있어요. Top 10은 너무 많으니 3개만 선정한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곡은 Disclosure의 Moonlight예요. 제가 그 곡을 처음 들은 게 디제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그 노래를 듣자마자 너무 충격이었어요. ‘이렇게 좋은 음악이 있을 수가 있나’ 싶었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하우스나 전자음악보다는 퓨처 펑크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더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하우스에 대해서 잘 모르고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Moonlight를 듣고 처음으로 ‘아, 하우스라는 장르가 이렇게 멋질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어떤 하우스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면 딱 기준으로 삼는 곡이기도 해요.
그리고 카시오페아 노래도 되게 좋아하는데요. 카시오페아는 일본의 퓨전 재즈 하는 밴드예요. 카시오페아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음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전자음악은 결국 기계가 만들어내는 음이잖아요. 그런데 밴드 재즈, 특히 즉석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는 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현란함을 보여줘요. 기계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이 표현할 수 있는 극치랄까. 카시오페아의 특정 곡 하나보다는, 그들의 음악 전체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퓨처 펑크 쪽을 생각하면 Yung Bae님을 퓨처 펑크 입문으로 삼았기 때문에, Yung Bae님의 음악들이 또 하나의 제 음악적 자아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Disclosure – Moonlight
01 / 03
Yung Bae는 저도 옛날부터 좋아하던 분인데, 그분 덕분에 퓨처 펑크라는 장르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맞아요, 아마 2017년도, 18년도가 되게 붐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입문을 했어요.
츠미님이 음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고, 그게 어떻게 디제잉이라는 형태로 이어진 걸까요?
원래는 작곡을 정말 해보고 싶었어요. 음악을 직접 만들고, 그런 창작 활동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그런데 막상 작곡을 시작하려고 하니까, 화성이나 코드 같은 이론적인 벽이 너무 높게 느껴졌어요. 공부해야 할 것도 까마득하고,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조금 더 가볍게, 음악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게 디제잉이었어요. 음악을 만드는 행위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죠.
그럼.. 디제잉은 하신 지 얼마나 되셨죠?
이제 한 5년 정도 되었네요.
디제잉을 시작하면서 이걸로 뭔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쯤부터 들기 시작했나요?
처음에는 그냥 배우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 내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사실 많은 DJ 분들이 그런 마음을 한 번쯤은 겪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요. 근데 저는 그다지 파티 체질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프라인 공연 자체는 좋지만, 원래부터 I 성향이 짙다 보니 파티에서 트는 것도 그렇고 그냥 놀러가는 것도 큰 용기와 준비가 필요한 편이에요.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에 마침 코로나여서 파티 개최도 어려웠던 시점이라, 다른 방식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전한 것도 있어요. 제 유튜브로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도 커서 계속 디제잉 영상을 올렸던 것 같아요.
말이 나온 김에, MBTI는 어떻게 되시나요?
ISTJ 인데요. 저 INFP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실제로 오프라인 파티도 몇 번 참여하셨었는데, 어떤 경험이셨는지 궁금해요.
파티는 한국 와서 몇 번 했는데 재밌었어요. 계속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이랑 성향이 맞는 것 같은 데는 여러 번 나갔었는데, 단점이 한 번 나가고 나면 한 일주일, 2주일 이상은 그 후유증이 가요. (웃음)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피곤함이 좀 오래 가는 편이어서… 그래도 그런 자리가 특별한 이유는 있어요. 어쨌든 듣는 분들도 제 입장에서는 가상의 사람이잖아요. 들어주고 댓글을 달아주지만 한 번도 뵌 적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런 분들을 뵙고 말을 나눴을 때 “어떤 것들이 좋았나요? 제가 하는 믹스 중에 뭐가 좋나요?” 이렇게 물어봤을 때 오는 대답들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디제잉하는 거랑 유튜브에 올리는 믹스랑 성향이 많이 다르거든요. 왜냐하면, 오프라인 파티는 돈을 내고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는 강제성이 있잖아요. 반면 유튜브는 첫 곡이 맘에 안 들면 바로 나가버릴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믹싱과 선곡 하나하나에 더욱 신경을 많이 써요. 근데 이런 습관이 오프라인에도 이어져서, 똑같이 꼼꼼함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저는 믹스를 만들 때, 그 안에 고조되는 타이밍을 명확하게 계획하는 편인데요. 예를 들어 40분 셋을 맡게 되면, 보통 20~30분쯤에 클라이맥스가 오잖아요. 그 구간에 어떤 분위기를 만들지, 어떤 곡을 넣을지 미리 계산하고 구성해요. 관객 반응을 보고 맞춰간다기 보다는, 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흐름을 제가 먼저 계획하는 쪽이에요. 그래서 파티를 준비하면 앞뒤로 거의 한 달을 써요. 음악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준비 과정에 정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편이에요.
미디어에 노출을 잘 안 하시기도 하고,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것 같지 않아 어쩌면 음악은 단순 취미로 즐기시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음악에 대한 생각도 깊고 열정도 크시다는 게 느껴져요.
일단 음악 활동은 저에게 ‘또 다른 자아’를 표현하는 방식에 가까워요.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제 정보를 많이 안 드러낸 이유도, 제 주변 사람들 중에는 제가 츠미로 활동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있는 거죠. 저를 츠미로 아시는 분들과 다른 모습으로 아시는 분들이 있는데, 둘다를 알고 있는 분들은 많이 없기 때문에 저도 구별해서 생각하는 편이고요. 사실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땐, 정말 취미 그 자체였어요. 그냥 좋아하니까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요즘엔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전업 DJ로 살아가는 건 아닐 것 같고, 음악을 매개로 하는 다른 일이 될 것 같아요.
다른 음악 일은 어떤 걸 생각하고 계신 건지 궁금해요.
음악에 관련된 분야들이 정말 많거든요. 음악을 직접 만드는 일뿐만 아니라, 음악을 유통, 배급하는 쪽도 많고요. 저도 디제잉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음악을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꾸준히 해온 입장으로서, 그런 영역—음악을 매개로 한 기획이나 유통, 커뮤니케이션 같은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일단 하게 된다면요, 지금은 아예 다른 일을 하고 있어가지고요. (웃음) 언젠가는 이쪽으로도 일을 해봐야지라는 생각인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음악적인 목표는.. 결국 제 오리지널 트랙을 만드는 거예요. 예전에 전자음악이나 작곡 쪽을 조금 배워본 적이 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집중할 시간은 없었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제 스타일이 담긴 트랙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갖고 있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하우스 음악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저도 작게나마 일조하고 싶어요. 요즘은 한국에서도 하우스를 좋아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잖아요. 그런 흐름이 모여서 언젠가 ‘서울 하우스’라고 불릴 만한, 한국만의 하우스 스타일이 생겨나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그런 장면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어요.
츠미님이 음악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을 공유해 주세요.
두 가지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하나는 제가 예전부터 팬이었던 아티스트 분들이 저를 알아보고 “잘 듣고 있어요”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예요.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내 음악을 듣고 있다니’—그 순간은 정말 감격스러웠죠.
또 하나는 오프라인 파티에서 제 믹스를 즐겨 들어주셨던 분들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던 일이에요. 한 사람의 인생에 제가 한 활동이 영향을 끼쳤구나, 하는 부분에서 감동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오프라인 행사에서 팬들을 직접 만났을 땐 어떠셨어요? 떨리진 않으셨나요?
정말 떨렸어요. 저는 일부러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냥 음악이 중요하지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라는 존재가 너무 커져버리면 음악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대한 일부러 제 모습을 내세우지 않으려고 했던 것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팬분들을 만나 뵈니까 다들 너무 따뜻한 말씀을 해주셔서, 큰 힘이 됐어요. 아무도 반응이 없으면 혼자 공허하게 외치는 기분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그 반응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그게 진짜 큰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츠미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음.. 인터뷰 초반에 저에게 “코어 팬이 많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아마도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밀고 나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저만의 색깔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색을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긴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늘 제가 만든 이 색을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 조심해요. 새로운 스타일이나 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뭔가 하나를 꾸준히 해나가는 걸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믿고 들을 수 있는’ 그런 DJ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댓글을 보다 보면, “이건 정말 츠미 같다”, “츠미스러운 색이 느껴진다”는 말을 해주실 때가 있어요. 물론 모든 댓글이 다 감사하지만, 그런 표현을 들을 때는 특히 뿌듯하고 기뻐요. 왜냐하면 저는 완전히 0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이미 존재하는 1을 10으로 확장하는 사람, 이미 만들어진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끌어내는 사람이 제 모습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그런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이미 만들어진 것들의 개성이라든지 완성도가 너무 높다 보니까, 그걸 어떻게 잘 녹여내서 하나의 새로운 감각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늘 고민되는 일이죠. 그런데 그런 제 노력을, 의도를 단번에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그 색을 잃지 않고, 더 정성껏 이어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