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첫 번째 DJ — DJ POOL 인터뷰

DJ는 단순히 트랙을 틀고 믹스를 하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어떠한 문화적 경험을 줄지, 음악이 어떤 맥락에서 흘러야 하는지, 그리고 DJ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DJ POOL(@pool_up__)은 19살부터 턴테이블 앞에 섰고, 그 이후 10년 넘게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씬의 한복판을 지켜왔다.
음악이 흐르는 현장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는 그는, 이 사운드는 지금 여기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늘 질문한다. 최근 발표한 새 앨범 『GOTTA GO』를 계기로, 로컬 씬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음악적 태도를 직접 들어봤다.
19살 때부터 DJ를 했다. 처음 음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19살 때부터 클럽에서 돈을 받고 DJ를 한 건 아니다. 출입 자체가 안 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 시기를 DJ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당시 친구가 빌려준 아이패드를 쓰게 되면서 당시 유행하던 리듬 게임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내 핸드폰에 있는 음악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은 없을까?‘라는 생각에 앱스토어에서 찾은 것이 ‘Djay’라는 앱이었다. 처음엔 게임인 줄 알고 다운로드했는데, 실제 DJ 소프트웨어의 간단한 버전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섞는 걸 게임처럼 즐기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유튜브도 찾아보고 그랬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연스럽게 디제잉을 시작한 셈이다.
진짜 웃기게 시작한 셈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힙합 음악을 즐겨 들었고, 또래 남성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 역시 래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나는 음악을 다루는 일이란, 마이크 앞에서 랩을 하거나 비트를 만드는 것이지 음악을 플레이하는 행위가 음악을 다루는 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DJ 앱을 처음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디제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것 같다.

볼레로의 새로운 프로젝트 ‘BIT’에 첫 주자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는가?
사실 큰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던 건 아니다. 다만 볼레로 사장님들과는 예전부터 굉장히 가까웠고, 이번에 리뉴얼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단순히 궁금해서 공사장을 보러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중앙 부스가 너무 멋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들었던 생각은 “이걸 현장에서만 보는 건 너무 아깝다”였다. 그래서 ‘내가 호스트가 돼서, 내가 소개하고 싶은 DJ들을 초대하자!’고 생각했다.
“나는 한국 DJ들이 해외 DJ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거칠고 과감한 스타일의 해외 DJ들에 비해 한국 DJ들은 섬세하고 창의적이다.”
내 주변 친구들, 형들, 동생들을 보면 다들 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하다. 그래서 계속 ‘왜 이렇게 잘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는데, 굳이 외국 사람들을 보러 가야 하지?‘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끼리 플랫폼을 만들어서, 우리끼리 스타를 만들고, 우리끼리 짱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기를 볼레로 형들한테 했고, 형들도 “이거 진짜 좋은 생각이다”라고 공감해줬다. 그래서 그렇게 이 프로젝트(BIT)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에 낸 EP 『GOTTA GO』, 정말 좋게 들었다. 가장 공들여서 만든 트랙이 있다면?
“FUNK DE KIMCHI (feat. MC BURET)“다. 브라질 출신의 MC BURET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는데, MC BURET가 영어를 못 해서 소통에 애를 먹었다. 인스타그램 번역 기능은 영어에서 포르투갈어로는 잘 번역되지만, 포르투갈어에서 영어로 번역할 때는 잘 되지 않더라. 그래서 챗GPT를 사용했다. 이 앨범은 어쨌든 AI의 도움을 받은 앨범이라 할 수 있다. (웃음)
시간차도 12시간이라 밤마다 연락 오고 결국 내가 원하던 트랙을 완성했다. 그래서 “FUNK DE KIMCHI” 트랙이 너무 좋아서 타이틀로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GOTTA GO”를 타이틀로 결정했다. 사실 이 두 트랙은 정말 똑같이 마음에 들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의도한 ‘놀자판’의 분위기가 가장 잘 표현된 건 이 두 트랙이다.

“나는 DJ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사람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웃고, 땅바닥을 굴렀다 해도 다음 날 ‘진짜 재밌었다’ 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앨범은 어떤 분위기나 장르인지 알려달라.
DJ는 무슨 대단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없고, 사람들에게 문화적 우월감을 줄 이유도 없다. 반대로 그걸 깎아내릴 이유도 없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같이 모여서 내 앞에서 “와, 재밌었다”라는 말만 나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게 DJ가 가진 직업적인 역할이라고 본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만들 트랙들도 그 지점을 더 신경 쓸 것 같다. 물론 내가 생각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도 당연히 생길 수 있다. 근데 결국엔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진짜 웃긴 게, 나도 어릴 땐 인터뷰에서 “재밌는 걸 하고 싶어요” 이런 말 들으면, “아 또 클리셰네”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막상 내가 음악을 만들다 보니까, 이게 그냥 진심이더라. (웃음) 이번 앨범은 커버부터 트랙들 사이의 연결까지 보면 알겠지만, 다 유머가 잔뜩 묻어 있는 작업이다. 나는 그게 좋다. 멋있어도 반전이 있는, 웃긴 구석이 있는 그런 음악. 뭔가 너무 진중하고, 뭘 알아야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은 별로 만들고 싶지 않다. 그냥 들었을 때 바로 “재밌다, 좋다, 웃기다, 와 이걸 이렇게 했다고?” 그런 반응이 좋은 거다. 나는 그걸 하고 싶다.

DJ 생활을 오래 했는데, 예전과 지금의 음악 씬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랄까… 정답이 사라진 느낌이다. 내가 활동하던 2014~16년 즈음엔 ‘데드엔드(DEADEND)‘가 씬의 중심이자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특히 지금도 대단하지만, 당시 킹맥 형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DJ를 시작한 대부분의 남자들이 킹맥 형을 우상처럼 바라봤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 시기에는 뭔가 ‘이게 멋있다’는 정답 같은 게 존재했던 것 같다. 근데 지금은 그런 정답이 없어진 거다. 그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시절엔 정답이 있었기 때문에 에너지가 한 방향으로 집중됐고, 그 덕에 씬이 더 역동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면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정답이 생기면 다양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가장 주목받는 스타일을 따라가려 하기 때문이다. 그게 곧 ‘잘되는 길’이니까. 그 순간부터는 모두가 그걸 하려고 들고, 결국 획일화된다. 그건 또 하나의 단점이다. 지금은 음악 씬의 형태가 정말 다양해졌지만, 그만큼 밀도 있는 에너지가 분산되는 느낌도 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작아서, 물리적으로도 다양성을 담기에는 그릇이 부족하달까.
DJ로서 DJ POOL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아까 말했듯이 정답이 있는 게 좋은지 없는 게 좋은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욕심을 얘기하자면, 우습게도 내가 정답이었으면 좋겠다. “저 사람처럼 하면 된다”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실 그래서 나는 DJ라는 것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많이 이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디제이는 단순히 가오 잡고 멋있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노는 방법을 알려주고 제대로 놀게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만큼 제대로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멋있다고 생각하는 다른 아티스트나 우상이 있는지?
여러 명이 있지만, DJ로서 뽑으라고 하면 킹맥 형, 한 명의 개인으로서 뽑으라고 하면 타이거 JK다. 여러 유명한 분들을 볼 기회도 있었지만, 보자마자 얼어서 한마디도 못한 사람은 타이거 JK 한 명이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고, 덕분에 음악이라는 걸 좋아하게 된,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인물이다. 한국이라는 불모지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것을 설명하고, 그걸 많이 이해시켜서 신드롬 같은 인기를 얻은 그 서사 자체가 너무 멋지다.

“나는 사람들이 전자 음악을 좋아하고, DJ들을 좋아하며, 클럽에 자주 간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지만, 여전히 이곳은 우리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이 문화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나쁜 행동들, 그리고 기존에 있었던 안 좋은 이미지들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낀다. 클럽이라는 무대에서, DJ라는 형태로 활동하고 있을 뿐인데, 그 무대가 클럽이고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DJ라는 존재가 아티스트가 아니라는 시각이 생겨나는 게 정말 아쉽다.
물론,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보는 2만 명뿐만 아니라, 충북 음성에 사는 20대 누구라도 “DJ는 아티스트지”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울이나 이태원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사람들끼리만 아는 것에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BIT도 결국 그런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너네 이거 몰라? 나가!”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DJ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면 좋겠다. 내가 타이거 JK라는 사람을 보고 힙합 음악이 뭔지 궁금해졌던 것처럼, 나는 아는 사람들에게 잘하는 DJ로 어필하고 싶기도 하지만, 동시에 DJ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첫 번째 DJ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더 큰 무대에서 놀고, 더 큰 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DJ들이 모두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보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완성된 음악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 그런지, 이 일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DJ로서 삶을 만들어 가며 살고 있다. DJ로 월세를 내고, DJ로 밥을 먹고, DJ로 술을 한 잔 하고, DJ로 여자친구와 데이트도 한다. 그럼 결국 이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들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적어도 DJ들이 그만큼의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하다가 안 되면 그냥 말고, 이 일 말고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여기서 내가 1등 할 거야. 내가 다 밟고 올라간다. 그 대상이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좋다. 그런 사람들이 자극이 된다. 나도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너한테 밟히지 않게 조심해야겠다”며 더 노력하게 된다. 솔직히 요즘 그런 사람들이 많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그냥 사람 많은 곳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얻을 건 무엇인지, 어디로 갈 건지,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가 확실한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만약 이 글을 보는 중에 DJ가 되고 싶다면,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제 동료 DJ들도 정말 각자 다르게 멋진 일을 하고 있으니, 그들 역시 잘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씬에 대한 사랑도 멈추지 않길 바란다. 사실 나는 ‘씬’이라는 말을 정말 안 좋아한다. 너무 부끄럽다. 하지만 결국 여기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알 정도로 좁지 않나. 보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사랑을 보내주시면, 결국 제가 말한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이 사랑을 보내주고, 그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nterview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