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지켜지는 테크노 정신, 하이테크서울
테크노는 단순한 장르가 아니다

1980년대 디트로이트의 몰락한 공업 도시에서 ‘벨빌 삼인방’이라 불린 Juan Atkins, Derrick May, Kevin Saunderson은 기계음과 반복되는 리듬으로 억눌린 현실의 해방을 그려냈다.
이렇게 태어난 테크노는 반체제적 정신과 자유로운 자기 표현을 바탕으로, 인종과 계급을 넘어서는 미래를 상상하는 음악이었다.

이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테크노는 유럽으로 확산됐다. 도시의 폐공장과 지하 클럽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해방구가 되었고, 베를린은 곧 전 세계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된다.

장벽이 무너진 도시에서 사람들은 폐공장과 지하 공간을 점거해 레이브를 열었다. 어둠 속에서는 성별, 경제력, 외모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평등을 경험했다.
같은 비트 아래에서는 다들 똑같이 그냥 춤추는 사람이었다. 이런 경험이 전 세계 레이브 문화의 바탕이 됐고, 흔히 PLUR(Peace, Love, Unity, Respect)라는 말로 줄여 부른다.
하지만 오늘날 테크노는 종종 왜곡된다. 테크노라는 이름을 빌려 과장된 쇼맨십을 앞세우고, 그저 자극적인 이미지로 활용된다. 심지어 ‘테크노 레이브’라고 불리는 곳에 노골적으로 VIP 테이블이 부스 바로 뒤에 존재하는 것도 보았다.
‘테크노’라는 이름은 마케팅의 수단으로 차용되고, 힙해 보이기 위한 트렌드로 소비된다. 자유롭게 놀려고 만든 음악이 보여 주기용 쇼가 되어 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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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질문은 “진정한 테크노란 무엇인가”이다. 그래도 테크노의 핵심은 여전히 반골 기질과 자유로움, 다 같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테크노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을 만큼 가치를 획득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상업화와 문화적 젠트리피케이션의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테크노의 본질은 누가, 어디서 지키고 있는가.
베억하인은 휴대폰 카메라를 막아 사진 대신 음악에 몰입하게 하고, 트레조어는 낡아빠진 오래된 금고문과 차디찬 어둠 속에서 반복되는 비트만을 울린다. 런던의 패브릭은 라이선스 취소 위기에도 지역 공동체와 연대해 클럽을 지켜냈다.
다들 화려한 쇼보다 음악과 플로어에 집중한다. 롱셋, 어둠, 사운드시스템, 평등함, 이 문화를 존중하고자 하는 정신.
테크노의 본질은 거기서 드러난다. 정통성은 인스타그램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하이테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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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서울은 바로 그 움직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이테크서울은 지난 7년간 한국에서 테크노의 정통성을 지켜오고자 했던 이들 중 한 곳이다. 무대는 화려한 쇼가 아니라 오롯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는 곳으로 설계됐고, 과한 연출 대신 어둠과 3-4시간의 롱셋이 선택됐다. 유럽에서나 느끼던 레이브 분위기를 서울에서도 느낄 수 있게 했다.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창시자 Derrick May 부터 Luke Slater, Dave Clarke, Nina Kraviz, 그리고 테크노의 교과서로 불리는 Jeff Mills를 무대에 올렸으며, 지금은 글로벌 스타가 된 Charlotte de Witte와 Amelie Lens까지 이 무대를 거쳤다.
하이테크서울은 우리에게 진정한 테크노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하이테크서울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년, 20회를 지나온 지금도 이 무대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테크노가 더 화려해지고 더 상업적으로 변해갈수록, 오히려 정통성을 지켜내려는 움직임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번 7주년, 20회차 하이테크서울은 개천절을 맞아 다시 열린다. 베를린의 상징 Rødhåd, 차세대 아이콘 Hadone, 트레조어의 레지던트 DJ이자 20년 넘게 테크노를 해온 Bloody Mary, 베억하인 Säule에서 퀴어 파티를 주최하는 Lolsnake가 합류한다. 세 개의 무대, 열여섯 명의 아티스트가 꾸리는 이 페스티벌은 서울에서 유일무이한 정통 테크노의 현장을 다시 한 번 증명하려 한다.

하이테크서울은 이제 서울에서 출발해 해외 언더그라운드와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댄스플로어에서 피어난 경험은 다시 해외로 전해지며, 새로운 회로를 만들어낼 것이다.
결국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진정한 테크노란 무엇인가.” 하이테크서울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서 있다.
그러나 (글을 쓴) 나에게 중요한 건 이런 거창한 설명보다, 그저 이런 무대가 계속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시간, 그 자유와 정신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곳. 하이테크서울이 앞으로도 오래 이어지길 바라며, 그리고 테크노를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그곳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Text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사진 © Mattia Zoppellaro, 2021 (베를린 레이브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