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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를 처음 듣게 된 계기를 클럽에서 묻다

이태원의 한 테크노 클럽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테크노를 처음 듣게 되었나요. 나는 테킬라 여섯 잔을 비운 뒤였다.

유튜브 알고리즘인 것 같다.

진짜 웃긴 게, 당시 나는 Tame Impala 같은 팝 중심으로 듣던 사람이었다. 그러다 알고리즘에 Amelie Lens가 떴다. 썸네일이 뭔가 강력해 보여서 눌렀는데 안 끄고 계속 듣게 되었다.

그게 코로나 락다운 때였는데, 뭔가.. 답답함이 딱 풀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바로 스포티파이에서 테크노 플레이리스트 찾아들었다.

— Michalle Kim (26세 / 대학생)

바이닐 파다가 자연스럽게.

2016년 즈음이려나? 중고샵에서 Warp Records 컴필레이션을 샀는데, 그렇게 Aphex Twin도 좋아하게 되고 Plastikman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고…

그때는 IDM이랑 테크노 구분도 못 했다. 근데 계속 파다 보니까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역사라든지, 베를린 사운드의 흐름, 뭐 이런 게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 어쩌면 음악보다 문화에 먼저 꽂혔던 것 같다. 지금은 Ostgut Ton 나오는 거 다 사고 있다.

— 이태원 모 클럽 익명의 레지던트 DJ

베를린에 교환학생을 갔었다. 룸메가 독일 애였는데 어느 날 Berghain 갈 건데 갈래? 그러더라, 테크노가 뭔지 아예 모를 때였는데 같이 가게 되었다.

그렇게 간 Berghain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시각적으로도 충격적이기도 했고.. 소리가 내 몸을 진짜 물리적으로 때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들 표정 보면 다들 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데, 동시에 자유로움도 느껴졌고.

나올 때 월요일 오후 2시였나? 그랬는데 밖에 햇빛 보는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 뒤로 베를린 있는 동안 거의 계속 갔었다.

한국 돌아와서 그 느낌 찾으려고 이태원 다 다녀봤는데… 완전히 같을 순 없더라. (웃음) 그래도 그렇게 테크노가 뭔지 몸으로 이해한 것 같다.

— 신혜인 (28세 / 광고 에이전시)

어떤 계기였는지는 솔직히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다양한 음악을 들으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듣게된 것 같다. 뭐 처음부터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았고.. 듣다 보니 테크노의 반복된 비트가 마음이 참 편하게 느껴지더라. 지금도 마치 명상을 하듯이 클럽에 와서 음악을 듣는다. 마음을 비우려고 온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웃음)

— 이회원 (34세 / 회계사)

나는 좀 늦게 듣기 시작했다. 2017년에 회사 그만두고 유럽 배낭 여행을 갔는데, 바르셀로나에서 Sonar 페스티벌에 가게 되었다. 원래 관광만 하려고 했는데 호스텔에서 만난 애들이 가자고 해서.

거기서 니나 크라비츠를 처음 들었다. 완전 충격이었다. 몇만 명이 새벽 4시에 비트에 맞춰 움직이는데… 이게 내가 지금까지 몰랐던 세계구나 싶었다. 한국 돌아와서 바로 파우스트 갔다.

— 이현식 (36세 / 개인 사업)

어릴 적 우리 부모님은 TV 금지, 컴퓨터는 일주일에 단 30분만 허락했다. 그리고 주말이면 도서관에 나를 데려다 놓고 저녁에 데리러 와서 나는 도서관에 갇힌 채 하루 종일 책만 읽어야 했다. 요즘 유행하는 도파민 디톡스를 일찌감치 시작했던 셈이다.

그 시절 유일한 내 도파민은 아빠가 내게 준 MP3였다. 아빠는 장르 불문 전 세계의 모든 음악을 다운 받아줬고, 난 그렇게 여러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때 MP3에 담겨 있던 David Guetta가 ‘DJ’라고 불리는 걸 알게 되었고, DJ가 뭐지? 하는 호기심에 타고 타고 가다 보니 어느새 테크노까지 가게 되더라.

뭐? 학대 아니냐고?
교육 방식은 가정마다 다른 법이다.

— 박지훈 (27세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난 지독한 홍대병 말기 환자다. 홍대병은 또 음악에 진심이어야 하지 않나. 남들이 안 듣는 음악을 찾고 찾다가 이제는 투메가 되어버린 에이펙스 트윈을 거쳐 테크노를 처음 듣게 되었다.

(요즘은 무얼 듣나?)

이제는 스리랑카 쪽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동양의 보사노바 같은 느낌이랄까.

— 정지후 (25세 / 미대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