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하우스뮤직seoulhousemusic

서울에서 만들어진 소리가 베를린에서 다시 울리도록 — WeSA 예술감독 가재발 인터뷰

유럽 실험음악의 심장, 베를린의 CTM Festival과 WeSA가 만났다. 일회성 교류가 아니라, 2026년 베를린에서 다시 열릴 양방향 프로젝트. 무려 2년에 걸친 교류다. ‘교류’라는 말은 흔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WeSA가 준비한 이번 페스티벌은 서울에서 열린 프로그램이 베를린에서 다시 펼쳐지는 구조로, 게스트 공연으로 끝나지 않는 관계다. 베를린과 서울, 서로 다른 태생의 두 전자음악 씬이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두 씬이 발견한 것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해 물었다. 서울하우스뮤직이 WeSA 예술감독 가재발을 만났다.

25년 역사를 가진 CTM과 한국의 전자음악을 잇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이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내적 질문이 들었던 순간도 있었을까요? 그것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도 궁금합니다.

한국의 사운드 예술이 스스로의 언어로 세계와 대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WeSA는 지난 10여 년간 사운드를 기반으로 예술과 기술 그리고 도시의 관계를 탐구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울의 실험음악이 세계적 맥락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왔습니다. CTM과의 협업은 해외 진출의 수단이 아니라, 서울의 예술가와 관객이 글로벌 맥락에서 자신의 감각을 번역하고 재구성해보는 실험이었습니다. 이번 Urban Moments는 WeSA가 지난 시간 동안 축적해온 실천과 고민이 국제적인 무대 위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무대에서 노트북 앞에 앉아 연주하는 사람의 흑백 사진

대부분의 국제 협업이 일회성 초청 공연에 그치는 반면, 이 프로젝트는 서울 제작 작품을 2026년 베를린에서 재공연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양방향 구조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조건들이 필요했는지 궁금합니다.

‘Urban Moments’는 기획부터 양방향의 구조, 즉 교류가 아닌 ‘순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서울과 베를린이라는 두 도시의 예술적 맥락을 동시대적으로 연결하고, 각자의 감각이 영향을 주는 과정을 실험하고 싶었습니다. 이 기획의 실현을 위해 우선 제작의 동등성이 확보되어야 했습니다. 초청-응답의 구조가 아니라, 각 도시에서 창작과 기술적 준비가 병렬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야 했습니다. 또 필요했던 것은 예술적 합의입니다. CTM과 WeSA 모두 ‘협업을 하나의 학습 구조로 본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회성 쇼케이스가 아니라 ‘서울에서의 창작이 베를린에서 다시 울리는 순환 구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베를린은 냉전 이후의 빈 공간에서 자유롭게 확장된 클럽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은 압축적이고 보다 자본화된 구조 안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작동합니다. 이 두 도시의 전자음악 씬이 만났을 때, 예상했던 충돌이나 또는 예상 밖의 공명이 있었나요?

서울과 베를린은 서로 다른 도시 구조와 청각적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충돌이 아니라, WeSA가 항상 탐구해온 도시의 감각이 사운드로 변환되는 방식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서울은 공간적 제약이 많고, 밀도가 높아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은 빠르고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번 협업을 통해 우리는 그 리듬을 베를린의 감각과 병치해보며, 서로 다른 도시의 청각적 질서가 어떻게 새로운 긴장과 호흡을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도시의 차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 속에서 청각적 다양성과 새로운 균형을 발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서울의 에너지와 리듬이 이 교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초록 레이저 빛이 벽과 천장을 가르는 어두운 공연장. 앞쪽에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 실루엣

이번 거대한 협업을 준비하면서 WeSA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점이었나요? WeSA가 특히 집중한 지점이 궁금합니다.

이번 협업에서 WeSA가 가장 집중한 부분은 맥락 속의 실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세계적인 페스티벌과 협업하더라도, 그 안에서 서울이라는 환경과 우리의 감각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두었습니다. 단순히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아티스트들이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청각적 실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집중한 것은 완성된 형태의 ‘공연’이 아니라, 서로 다른 예술가들이 서울의 시간과 공기 속에서 어떤 감각을 공유하게 될지였습니다. ‘Urban Moments’는 그 과정을 무대로 옮겨놓은 결과물입니다.

공연 사진 네 장을 가로 띠로 이어 붙인 비주얼. 흰 글씨로 「WESA CTM SEOUL BERLIN URBAN MOMENTS」, 맨 위는 모듈러 신시사이저를 만지는 가재발

Jan St. Werner나 Thomas Ankersmit 같은 레전드들이 서울에 처음 온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서울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나 기대가 있었나요?

그분들이 서울에 온다는 건 분명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지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WeSA 입장에서는 그들이 서울을 ‘새로운 청취의 장소’로 경험하길 바랐습니다.

서울은 세계 어느 도시보다 빠르고 밀도 높은 사운드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리의 리듬, 건물의 반향, 교통의 소음까지. 이 도시적 에너지가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자극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Jan St. Werner는 사운드를 ‘시공간 속의 연속체’로 파악하고 계시는데, 서울의 소리풍경이 그에게 어떻게 인식될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Jan St. Werner — Mouse on Mars의 멤버이자 독일 실험 일렉트로닉 씬의 핵심 인물. 90년대부터 일렉트로닉 음악의 형식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다. 유럽 실험 음악계에서 이론과 실천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Thomas Ankersmit — 네덜란드 출신 사운드 아티스트. 그의 공연은 음악이라기보다 소리 자체의 물리적 경험에 가깝다. 유럽 실험 음악 씬에서 공간 음향 작업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꼽히며, 꾸준히 작업을 발표해왔다. 청각을 넘어선 촉각적 청취 경험을 만드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어두운 무대에서 모듈러 신시사이저에 케이블을 꽂는 토마스 앙커스밋
Thomas Ankersmit

4일 동안 8팀이 공연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조합은 꼭 같이 봐야 한다’ 추천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DAY 3의 Tohal Kyna × Sara Persico의 협업 무대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서울의 Kyna와 베를린의 Sara가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이번 행사의 상징적인 무대일 것입니다. 두 분 모두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사운드를 다루는 아티스트인데, 협업 과정을 지켜보니 역시나 개념이나 메시지보다 ‘사운드’에서 출발해서 감각적으로 서로의, 어쩌면 서울과 베를린의 소리를 충돌시키며 새로운 청각적 균형을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시는 듯 보입니다. 흥미로운 접근이고, 분명히 인상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의 사진 위에 빨간 글씨로 「CTM X WESA COLLABORATION TOHAL KYNA SARA PERSICO」. 왼쪽은 옆을 바라보는 여성, 오른쪽은 드럼 앞에서 장비를 만지는 연주자

MONOM, RSO 같은 베를린의 공간 실험을 서울에 옮겨올 때, 어떤 문화적 차이가 있었을까요?

가장 큰 차이는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베를린은 전자음악과 사운드 아트를 하나의 문화적 환경으로 확장해온 도시입니다. 클럽, 갤러리, 미디어센터의 경계가 느슨하고, 공간이 곧 ‘사회적 실험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반면 서울은 훨씬 압축적이고 다층적인 감각을 지닌 도시입니다. 공간의 물리적 제약이 오히려 소리의 밀도와 서사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그런 서울의 감각을 베를린식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서울 특유의 응축된 리듬과 에너지를 새로운 청취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MONOM — 베를린에 있는 공간 음향 스튜디오이자 공연장이다. 4DSOUND 시스템을 갖춘 곳으로, 48개의 스피커가 공간 전체에 배치되어 소리가 3차원으로 움직이는 걸 구현한다. 관객은 바닥에 앉거나 누워서 소리가 위아래, 사방에서 이동하는 걸 경험한다. 일렉트로닉 음악과 사운드 아트 씬에서 공간 음향 실험의 대표적인 장소로 통한다.

RSO — 베를린 기반의 공간 사운드 프로젝트 팀. 공간 안에서 소리가 어떻게 분산되고 경험되는지를 실험하는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을 한다. 멀티 채널 사운드 시스템을 활용해 몰입적인 청취 환경을 만드는 게 특징이다.

스피커 기둥이 줄지어 선 어두운 홀 한가운데 선 사람. 양옆 벽에서 주황빛이 번진다
그래피티로 덮인 담장 뒤로 뾰족한 박공지붕이 솟은 붉은 벽돌 건물

MON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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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St. Werner의 워크숍 제목이 “Space-Time Continuum Experiments: Beyond Music”입니다. ‘음악을 넘어선’ 사운드 예술을 교육한다는 것의 실제 의미는 무엇이고,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Werner는 사운드를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실험적 구조로 봅니다. 그가 말하는 ‘Beyond Music’은 음악을 초월한다기보다, 음악의 경계를 확장해 ‘소리를 통한 사고의 훈련’을 제안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워크숍은 강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Jan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가 서울의 소리를 채집하고, 다 같이 그 소리들을 들어보며 하나의 사운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칩니다. 참가자들이 배우게 되는 것은 악기 조작법이 아니라, 소리를 매개로 공간을 인식하고 시간의 흐름을 다시 구성하는 감각적 사고법입니다. 이 경험은 창작자뿐 아니라 청취자에게도 사운드가 단순한 오디오를 넘어 사유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DAY 4, Jan St. Werner의 공연날, 이날 완성한 사운드를 공연에 포함시킨다고 하시니 여러모로 흥미로운 워크숍일 듯합니다.

SIEL OPERA 6 신시사이저 앞에서 카메라를 보는 얀 St. 베르너
Jan St. Werner

CTM과 WeSA는 각각 실험음악 씬의 다른 생태를 대표합니다. 협업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운 점이나 놀라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공유해 주세요.

CTM과 WeSA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역사와 환경이지만, 그 차이에서 가장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CTM은 수십 년간 국제 네트워크와 예술 생태를 구축하며 프로젝트를 구조적으로 완성시키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반면 WeSA는 상대적으로 젊은 조직이지만, 현장과 감각 중심의 실행력, 그리고 도시적 리듬을 예술적 언어로 전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접근법은 다르지만, 그 차이 속에서 ‘예술이 사회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번 협업은 한쪽이 다른 쪽을 닮는 과정이 아니라, 두 생태가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실험 방식을 발견하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흑백으로 처리된 공연장 사진. 빛의 잔상이 흩날리는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장비 앞에 서 있다

CTM Berlin 2026에서 이 프로젝트가 다시 연주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시작해 베를린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을 통해 두 도시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길 바라시나요?

우리는 서울에서 시작된 감각이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실험하고자 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의 결과물을 창작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어떤 울림 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한 도시에서 만들어진 사운드가 다른 도시에서 울리고, 그 울림이 또 다른 창작의 동기가 되는 구조, 이것이 WeSA가 추구하는 순환의 형태입니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도 서울의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감각의 회로로 남길 바랍니다. ‘서울이 베를린에 닿았다’를 넘어 서울이 스스로의 사운드로 세계와 호흡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1월 18일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틸라 그라운드를 나서는 순간,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나가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Urban Moments는 메시지를 제시하는 공연이 아닙니다.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감상이나 느낌을 가지고 가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사운드를 감각하는 방식 자체가 조금 바뀌어 있다면 좋겠습니다. 일상 속에서 들려오는 도시의 리듬, 공기의 울림, 사람들의 움직임이 조금 새로운 감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이 걷는 거리와 지하철의 소리, 밤의 공기 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조금 다르게 들린다면,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WESA CTM SEOUL BERLIN URBAN MOMENTS 포스터. 넓은 계단이 있는 회색 공간 사진 위에 빨간 글씨로 JAN ST. WERNER·JESSICA EKOMANE·THOMAS ANKERSMIT·SARA PERSICO·TOHAL KYNA·YETSUBY·ABOPF·GAZAEBAL, NOVEMBER 15-18
WeSA × CTM 'Urban Moments' — 2025년 11월 15~18일, 틸라 그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