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조각하는 이단아 — Roberto Maqueda 인터뷰

“스피커도, 마이크도 없습니다. 오직 소리 그 자체만 남을 뿐.”
스스로를 이단아(Heterodox)라 칭하는 그는, 전통적인 타악 연주의 문법을 거부합니다. 테크노 클럽의 댄스플로어와 현대미술관의 정적 사이, 그 어디쯤에서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죠. 이를 그는 ‘확장된 타악기(Expanded Percussion)‘라고 부릅니다.
기계가 연주하는 비트에 인간의 감정이 깃들 수 있을까요? 그는 “중요한 건 손이 아니라 의도(Intention)”라고 답합니다.
360도로 쏟아지는 날것의 울림, WeSA 페스티벌(@wesa.seoul)에서 열리는 첫 내한 공연 <(ex)tension>을 마주하기 전, 로베르토 마케다(@roberto_maq)의 이야기를 먼저 읽어보세요.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인가요?
Roberto Maqueda 공연도 방문도 모두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 첫 무대를 WeSA에서 갖게 된다는 점이 정말 영광입니다. 사실 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WeSA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거든요. 한국은 기술적으로 매우 앞서 있고, 혁신을 이끄는 나라라는 인상이 있어요. 이번 방문을 통해 문화를 더 깊이 배우고, 특히 음식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워낙 맛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방문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순간을 즐기고 싶어요. 다른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관객과 소통하고, 앞으로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는 새로운 협업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위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ex)tension>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Roberto Maqueda (ex)tension은 어느 의미에서는 저의 예술적 선언문 같은 작품입니다. 타악기 연주자로 활동했던 저의 배경에서 출발해 아날로그 기술과 퍼커션 전통을 결합해 만든 작업이죠. 20세기 타악기 연주의 흐름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전통을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한 작업입니다. 전자 장비 없이 순수하게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시각적인 요소가 강하며, ‘소리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고 울리는지’ 그 물리적 특성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관객이 특히 주목했으면 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Roberto Maqueda 360°로 울리는 어쿠스틱 사운드 시스템입니다. 스피커도 마이크도 전혀 없어요. 소리가 공간 안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관객을 둘러싸죠. 관객들이 자신이 공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 그 위치에 따라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느껴보면 좋겠어요.
‘소리-사운드’는 제가 하는 모든 것의 핵심이에요. ‘음악’이라는 단어보다 더 근원적인 존재죠. 저는 ‘소리’로 생각해요. 타악기에서 출발해 이제는 실험적이거나 디지털 기반 작업으로 확장하면서, 소리를 재료이자 구조, 매체로 탐구하고 있어요.

‘확장된 타악기(Expanded Percussion)‘라는 개념을 설명해준다면요?
Roberto Maqueda 타악기는 제 정체성의 일부예요. 저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퍼커시브한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요. 단순히 치는 행위가 아니라, 연주자와 악기, 악기와 공간, 매체와 매체 사이의 관계를 디자인하는 것이죠. 그래서 ‘확장된 타악기’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제스처와 재료, 공간으로 이루어진 전체 생태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기계가 연주한 타악기적 소리와 사람이 손으로 연주한 소리는 감정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보나요?
Roberto Maqueda 저에게 중요한 건 ‘직접 손으로 치느냐’가 아니에요. 제 의도가 그 과정에 깊이 스며 있느냐가 핵심이죠. 기계를 사용하더라도 제 정신이 그 시스템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물리적 제스처는 개념적으로 확장될 뿐이에요. 그래서 감정적 차이를 기계와 인간으로 나누지 않아요. 의도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클럽 음악, 실험 음악, 전자음악을 모두 넘나드는데, 이런 경험들이 어떤 영향을 주나요?
Roberto Maqueda 실험 음악은 제 현대음악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분야였고, 전자 매체는 제 가능성을 확장시켜줬어요. 반면 클럽 컬처는 제 ‘집’ 같은 곳이에요. 최근에는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어요. 그 결과로, 클럽 컬처·실험 예술·전자적 실천이 뒤섞인 지금의 작업 방식이 생겨난 거죠. 이 방식이 제 작업과 관객 모두에게 가장 솔직한 방식이라고 느껴요.
저는 반복, 특히 루프에 강한 매력을 느껴요. 어릴 때부터 그랬고, 타악기를 시작한 이유도 아마 그것 때문일 거예요. 클럽 음악과 그 문화는 이 매력을 깊게 탐구하는 방식이고요. 그루브, 비트, 루프, 이 모든 게 제가 하는 작업의 중심에 있어요. 클럽 프로젝트인 Mitospora에서도, 예술적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작업 과정에서 기계가 오작동하거나 예상치 못한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사고를 어떻게 다루시는지 궁금합니다.
Roberto Maqueda 항상 있죠! 기계와 함께 일한다는 건 끊임없는 배움의 과정이에요. 기계가 주는 놀라움이 다음 작품의 재료가 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제 다른 작품 <SKY>에서는 솔레노이드 모터가 내는 특별한 소리를 나중에서야 발견했어요. 처음엔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국 그 소리를 음악의 요소로 완전히 통합하게 됐죠. 그런 에러가 훌륭한 창작의 재료가 되기도 해요.
한국 방문 중, 페스티벌 외에 경험해보고 싶은 도시나 문화, 사람들이 있나요?
Roberto Maqueda 일단 음식! 투어를 다닐 때 도시마다 한 번은 꼭 제대로 된 식사를 하려고 해요. 한국에서는 특히 고기 구이와 다양한 지역 음식을 꼭 맛보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아티스트들을 만나 서로 경험을 나누고, 앞으로 이어질 만한 협업의 계기도 만들고 싶습니다.
Interview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표지 사진: Frédéric Boudin Studio · 공연 사진: Siyao L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