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악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 힙노시스테라피 인터뷰

부산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출발해 국내외 전자음악 씬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HYPNOSIS THERAPY.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와 래퍼 짱유로 구성된 이 팀은, 힙합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음악적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정규 3집 『RAW SURVIVAL』 발매를 기념하여 제이플로우와 짱유를 만나, 전자음악과 앨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대 사회에 누적되어 두꺼운 보호막처럼 쌓여 있는 껍데기를 벗어내자 라는 큰 외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도 이들의 사운드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이번 앨범 『RAW SURVIVAL』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이플로우 앨범의 출발점은 ‘날것의 생존’이라는 키워드였어요. 현대 사회 속에서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는 보호막 같은 껍데기를 벗어내자는 외침이 앨범의 큰 주제입니다. 그래서 사운드적으로도 현대 사회에서 원시 사회로 돌아가는 듯한 흐름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왜 이런 ‘날것의 생존’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짱유 이번 앨범은 2집 『PSILOCYBIN』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돼요. 원래 이번 앨범의 제목은 광장 공포증이었어요. 광장 공포증이라는 게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공포증인데, 옛날 원시 시대 때 드넓은 공간에 들어가면 느끼던 본능적인 공포를 가리킨다고 해요. 그런데 실로사이빈을 통해 우리의 감각과 시야가 넓어졌을 때, 그런 광장 공포증 같은 원초적인 감정이 다시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했어요. 하지만 사운드가 점점 더 거칠고 날것처럼 변화하면서 앨범 제목도 RAW SURVIVAL로 바뀌었죠.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의 가장 원초적이고 꾸밈없는 감정을 통해 세상을 이겨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1집과 2집이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제이플로우 앨범 작업을 할 때마다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아요. 음악을 만드는 게 이미 제 생활의 일부가 되었거든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유로 망설이기보다는 떠오르는 사운드를 꼭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의미의 크고 작음을 따지기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짱유 전혀 없었어요. 물론 잘되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긴 하지만, 그게 목적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냥 우리가 하던 대로 계속해왔어요. 1집, 2집, 그리고 이번 3집까지 오면서, 그동안 공부하고 체험한 전자음악에 대한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다양한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들을 하나하나 탐구하고, 그 요소들을 이번 앨범에 담으려 했어요.

이번 앨범 작업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나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짱유 아, 저는 항상 어려워요. (웃음) Jflow 형이 정말 높은 수준의 음악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그걸 따라잡으려면 저도 많이 노력해야 해서, 매번 힘들어요.
제이플로우 원초적인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서 과감한 사운드 디자인이 필요했어요. 베이스 신스와 리듬 악기들은 최대한 원시적이고 본능적으로 들리도록 표현하고자 했어요. 그리고 날카로운 신디사이저 소리와 공상과학적인 신디사이저 소리도 필요했는데 이런 요소들을 구현하기 위해 재미있는 플러그인과 다양한 아날로그 장비를 적극 활용해 작업했어요. 이렇게 해서 우리가 생각한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느낌을 음악에 담아내려고 했어요.
힙노시스테라피를 떠올리면 젊음과 질주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이런 강렬한 캐릭터를 구축하게 된 배경과 영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히 짱유님은 여러 차례 캐릭터의 변화를 겪었다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변화에 담긴 고민과 영감은 무엇인가요?
짱유 음… 반항심인 것 같아요. 제 캐릭터가 몇 번 바뀌었다는 걸 저도 느껴요. 20대 초반에는 지금처럼 반항심이 강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조언이나 기준을 따르려고 했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혼란스러웠고,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내 모습을 찾아보자 하고 지금의 캐릭터로 돌아왔어요.
결국 핵심은 반항심인 것 같아요. 저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이 목표나 꿈에서 멀어진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목표나 꿈에 닿을 수 있게 20대 에너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에너지를 내뿜는 것 같아요.
하지 말라고 하는 것들이 세상에 많잖아요. 여기서 과연 진짜 하지 말아야 되는 건가? 하는 반항심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싶어요. 그래서 늘 젊은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반항심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것 같아요.

힙합에서 전자음악으로 장르를 확장하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도전이 있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짱유 오히려 힙합을 할 때보다 전자음악으로 더 잘 풀리고 있어요. 저와 제이플로우 형 모두 전자음악을 정말 사랑하는 매니아라, 전자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거든요. 사람들이 제가 힙합에서 전자음악으로 ‘스위칭’했다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저만의 새로운 힙합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힙합이 점점 정형화되고 사운드적으로 한계를 느끼면서 전자음악으로 눈을 돌린 거죠. 힙합은 다양한 장르를 섞어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는 물 같은 음악이잖아요. 전자음악도 그런 힙합의 정신과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전자음악을 사랑하는 힙합퍼’라고 생각해요.

짱유 님이 과거에 만드셨던 감성적인 음악이 있고, 제이플로우 님도 히피는 집시였다 시절 알앤비 앨범을 발표하셨는데요. 두 분 모두 감성적인 음악을 다시 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짱유 사실 저는 감성적인 음악을 가장 좋아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음악 스타일도 변화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32살인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도 여러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었으니까, 앞으로 30대에서 40대까지 가면서 또 다른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그런 감성적인 음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제이플로우 형이랑 같이 감성적인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 감성을 전자음악적인 형태로 녹여내서 새로운 곡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다음 앨범쯤에서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이플로우 저는 사실 그런 흐름의 음악을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BLAZE’에서 우리의 방식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감성적인 음악은 저희 방식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고 있어요. 기존의 어법으로는 절대 만들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의 전자음악 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힙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이플로우 한국의 전자음악과 힙합은 여전히 비주류 장르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이 비주류라는 건 서브컬처적 면모가 강한 장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서 아직 특징적인 씬이 명확히 자리 잡았다고 느껴지진 않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씬이 존재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는 게 보여요. 힙합이든 전자음악이든, 모든 장르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씬이 커지려면 여러 제약을 넘어서야 하고, 더 많은 아카이브를 쌓아야 하며, 그것이 단단해져야 하죠.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한국의 전자음악과 힙합 씬을 자리 잡게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먼저 해외로 나가 전자음악이 태동한 곳, 이미 씬이 깊게 자리 잡은 곳들을 빠르게 경험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 새로운 사운드를 시도하며 얻은 깨달음이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짱유 음… 앨범을 하나씩 내면서 깨달은 건, 음악가들은 대중적인 음악을 해야 성공한다는 기준 같은 게 있잖아요. 하지만 꼭 그걸 따르지 않아도 독창적인 시도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거였어요. 저희는 스스로가 매니아이기 때문에, 결국 매니아를 위한 음악을 계속 만들어왔어요. 그동안은 매니아들이 들을 음악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음악이 어렵다기보다는, 별로여서 안 듣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매니아들이 즐길 만한 무언가를 제대로 만들어주면, 언제든 서포트할 준비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정형화된 기준보다는 깊이 있는 창조적 작업에 집중하고 있어요. 20대 초반에는 이거를 감을 못 잡아 혼란스러웠지만, 이제는 질서가 잡히는 느낌이에요.
제이플로우 협업을 통해 얻는 발전이 정말 크다고 느껴요. BLAZE 트랙을 작업하면서 QUIET BISON과 함께 많은 곡을 만들고 있는데, 이 친구와 서로 작업 방식과 워크플로우를 공유하며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QUIET BISON도 제 작업 방식을 흥미롭게 여겨서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죠.
또 시드니에서 활동 중인 전자음악 프로듀서이자 DJ인 1tbsp와 한국에서 송캠프를 진행하며 여러 곡을 만들었는데, 즉흥적인 작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런 곡들도 조만간 여러분께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마지막 곡 ‘BLAZE’를 참 인상깊게 들었습니다. 정말 질주하는 느낌이 온전히 들었습니다.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이플로우 이 곡은 저도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 중 하나인데, QUIET BISON과 함께 협업해서 만들었어요. 작업 방식은 오히려 심플했어요. 각자가 작업해 스템을 주고받으면서, 할 만큼 하고 토스하고 계속 주고받으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저는 감정적인 흐름이 중요한 트랙이라는 것을 캐치했고, 그래서 신디사이저 사운드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들어보시면 곡의 흐름이 정체되어 있는 순간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살아 숨쉬고 있어요. 신디사이저,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한 요소에 세밀한 오토메이션 작업들을 워낙 변태처럼 해두어서 저는 살아 있는 생물체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거기 위에 짱유의 랩이 들어가서 오히려 더 생동감이 배로 되어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짱유 ‘BLAZE’는 제가 처음 비트를 받았을 때 세 번 정도 수정을 거쳤던 곡이에요. 제가 작업한 랩을 제이플로우 형에게 들려주면, ‘조금 더 다시 해보자’는 피드백을 계속 받았죠. 그만큼 고민도 많고 시간도 많이 들었던 트랙이었어요. 그때 느낀 게, 제가 처음에 작업한 랩이 너무 정형적이고 평범해서 Jflow 형의 귀에 안 들어갔구나 싶더라고요. 그때부터 저희가 메탈적인 요소를 음악에 시도해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일렉트로닉 비트에 그런 메탈적인 보컬을 얹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그로울링 같은 메탈 보컬 스타일을 시도해보자고 결심했죠. 결국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컸고, 그렇게 하다 보니 메탈적인 요소를 도입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이플로우 여러분도 이 앨범을 들으시고 여러분 안에 숨어 살아 숨쉬고 있는 날것을 발견하시고 꼭 꺼내서 자유를 만끽하길 바랍니다.
짱유 마지막 트랙까지 이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 앨범은 전체 러닝 타임이 약 25~26분 정도로 길지 않아서, 하나의 트랙보다는 앨범의 흐름을 따라서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마지막 트랙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어떠한 흐름을 저희가 나름대로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따로 듣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차적으로 들어보면 저희 앨범의 의도와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Interview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