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생각으로 전자음악을 한다 — Norma et Regula 인터뷰

물론 안다. 나이를 운운하는 것만큼 멋없는 일도 없다. 그럼에도, 다음 세대가 그리는 이야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젊은 디제이들이 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고, Norma et Regula는 그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는 04년생 DJ이자 프로듀서다.
“예술은 결국 자기 표현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지금만 가능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구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만의 철학으로 음악을 대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려 나갈 이야기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전자음악을 하는 Norma et Regula입니다. 본명은 조정민이고,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원래부터 전자음악을 좋아했었나요?
네, 처음에는 DAW(음악 제작 프로그램)를 다루는 것 자체를 좋아했어요. 에이블톤 라이브나 로직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한 대의 컴퓨터로 모든 악기를 구현하고 곡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죠. 이런 계기로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자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정답이 없다는 점이에요. 클래식 음악에서는 화성 진행과 같은 규칙이 있지만, 전자음악에서는 그런 틀에 구애받지 않아도 돼요.
첫 앨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LMTY]는 어떤 영감을 받고 만들었을까요?
특정 아티스트나 작품보다는 협업하는 영상감독 언니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는 “개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결국 개성이란 ‘내가 경험한 예술 작품 중 가장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 만든 콜라주’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그래서 이번 앨범도 제 취향으로 가득 채운 형태로 작업했습니다.
뮤비에도 제 취향의 아이디어가 반영됐어요. 콩나물이 자라나다가 돌아가고, 꽃이 피었다가 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창작과 영감이 자연의 순환처럼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내 작업물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그 작업이 또 다른 창작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표현한 거죠.

앨범에서 들리는 속삭이는 목소리도 영상감독 언니의 목소리예요. 핸드폰으로 즉흥적으로 녹음한 것을 사용했는데, 이런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요소들이 이번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첫 번째 앨범이 테크노 앨범인데, 본인은 레이버가 아니라고 하신 게 신선했어요. 왜 레이버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음.. 저는 레이브에 가서 춤추고 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작업하는 게 더 좋아요. 곡을 만드는 게 더 재밌거든요. (웃음)
전자음악 씬에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관객으로서와 아티스트로서 느낀 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관객일 때는 아티스트에게 말을 거는 게 부담스러워 망설였던 경험이 있지만, 제가 공연을 하며 생산자의 입장이 되고 나니 관객의 피드백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게 됐어요.
“잘 들었다”, “이번 셋이 정말 좋았다” 같은 한마디가 공연의 모든 과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저도 이 경험 이후로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직접 다가가 칭찬과 감상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공연의 성공 여부는 준비 과정이나 프로페셔널함뿐 아니라 관객의 반응과 피드백이 완성한다고 생각해요. 작은 한마디도 저에게는 큰 에너지가 됩니다.

나이가 어린 편이신데, 음악 활동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나요?
음.. 처음에는 나이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를 의식하기보다는 현재의 도전과 표현에 집중하려고 해요. 예술은 결국 자기 표현에서 출발한다고 믿고, 지금만 가능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구요.
결국 중요한 건 기회나 조급함에 눌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제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결국 음악은 자기 표현이에요. 글쓰기, 사진, 영상 제작 등 관심 분야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음악은 가장 재미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수단이에요.
새로 도전하고 있는 점이 있나요?
저는 특히 오디오-비주얼 작업에 관심이 많아요. 기존에는 소리에 맞춰 영상이 움직이는 방식이 주류였지만, 저는 실제 기계가 음악에 반응해 움직이는 설치 작업을 구상 중입니다. 관객은 정적인 환경에서 음악과 기계의 움직임을 감상하게 될 텐데, 움직이는 것은 오직 기계뿐인 설치 예술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음악 외에 좋아하시거나 시간을 투자하는 활동이 있나요?
저는 서점에 가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전자음악을 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의 폭이 좁아지는 걸 느끼는데, 서점은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의 사람들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래서 서점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시간을 보내는 게 저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돼요.
또 전시나 영화도 자주 보러 다니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원래 패션쇼 음악이나 패션 필름 음악을 작업하는 게 꿈이었는데, 올해 그 꿈이 실현됐어요. 5~6월쯤 “패션쇼 음악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12월에 국민대학교 패션쇼 음악감독을 맡게 됐고, 보그와 샤넬 패션필름 음악감독으로도 일하게 되었죠. 말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된 순간들이었어요.

축하드려요. 그럼 다음 꿈을 위해 여기서 이루고 싶은 걸 말해주세요.
앞으로는 학교 패션쇼를 넘어 상업 브랜드의 패션쇼 음악을 담당하고 싶어요. 또 부끄럽지만, 한국대중음악협회 일렉트로닉 부문 상도 언젠가 받고 싶어요. (웃음)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으신가요? 음악적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음악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하고 싶어요. 지금은 테크노처럼 강렬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나중에는 앰비언트처럼 전혀 다른 작업물을 만들 수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Floating Points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리스너들과 함께하며 즐기고 싶어요.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현재 EP 릴리즈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는 최근 열었던 전시처럼 실감 음향 환경을 활용해 음악을 설계하는 이머시브 환경을 기반으로 한 전시나 공연을 더 많이 만들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영화관 같은 장소에서 공간 음향으로 EP를 감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거나 몰입형 전시를 열 계획이에요.
저는 하고 싶은 건 다 할 거고,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갈 생각이에요. “따라올 거면 따라와라”라는 마음으로,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저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나아가려구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터뷰를 보게 될 사람들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대한민국에는 정말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 씬의 파이가 더 커졌으면 좋겠고, 저도 그 파이를 키우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테니, 저와 제 작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울하우스뮤직도 더 커지고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되길 바랍니다. (웃음)
Interview by고르바초프 가스파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