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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of Comedy

어릴 적부터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 그래서 영화제를 참 많이 다니기도 했지. 지금도 그때의 기억은 생생해. 미성년자였을 때, 영화제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19세 관람가라 처음 보는 외국인한테 막 손짓발짓으로 입장을 부탁한 적도 있어. 결국 차를 놓쳐 한 가출 청소년 집에 자기도 했지. 그때 그 장미 문신이 여전히 떠올라.

영화제를 다니며 내가 마주한 건 영감이 아니었어. 남의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오면서, 나는 다시 태어나도 저렇게는 못 만들겠다고 생각했지. 내가 보는 영화들은 내가 재능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는 욕망. 실패가 뻔히 보여도,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절망감. 그 서늘함과 슬픔…

밤을 새워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 앨범을 자주 들었어. 그때는 내가 음악을 갈증했던 것 같아. 여러 앨범이 있지만, 특히 이 앨범을 들으면서 나는 내가 특별할 거라고 믿었고, 동시에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 믿었어. 가엽지? 특별한 영화를 만들면,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봐.

코미디야. 그래서 이 앨범이 내 얘기 같다고 느낀 것 같아. 한 재능 없는 여성의 연약한 믿음, 그리고 그것의 종말이 결국 이 앨범이 말하는 The End of Comedy ㅎㅎ

그래서 아녜스 비루다라는 필명도 아녜스 바르다에서 따온 거야. 영화를 찍던 시절에 좋아했던 감독이지만, 솔직히 지금도 그녀의 영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냥 누군가는 이해해서 그녀의 영화를 사랑하고,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해 사랑한다는 점이 좋아. 특별해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곧 비루함이니까. 그래서 나는 이제 비루다야.

이젠 나 영화를 안 찍잖아. 이렇게 코미디는 끝난 거지. 뭐 끝냈다기보다 그냥 안 하게 된 거지만.
그리고 이젠 이 앨범을 틀면, 밤을 새는 게 아니라 바로 잠이 와. 나도 많이 달라졌지?

단발머리 여성이 삼각대에 올린 대형 사진기 옆에 서서 조작하고 있다. 왼쪽 의자 위에 흰 고양이가 앉아 있고 벽에는 커다란 날개 한 쌍이 기대어 있다. 흑백 사진